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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아프리카 관계, 문화 협력에도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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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아프리카 관계, 문화 협력에도 힘써야
  •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언어학
  •  승인 2024.06.04 03:00

[조원형 칼럼]

지난 4월 스웨덴 출장 길에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를 경유했다. 에티오피아는 어린 시절부터 관심이 많았던 곳이라 이번 여정 중에 이틀 동안 아디스아바바에서 머물게 된 것은 필자에게 무척 큰 행운이었다.

필자가 에티오피아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아디스아바바 대학교 교정이었다. 이 대학 구내 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정교회 이콘을 보기 위해서였다.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한참을 달린 끝에 마침내 실제로 볼 수 있게 된 성화는 듣던 대로 신비로우면서도 정교했다. 그리고 박물관 측에서 상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각종 이콘과 십자가들을 시대별로 분류해 놓은 덕분에 이콘의 역사는 물론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역사까지도 개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유물 관리 실태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박물관 유물들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는 온도, 습도, 조도 등을 모두 면밀하게 점검하고 관리해야 하는데 이 박물관은 한눈에도 그 점에서 부족한 면이 보였다. 특히 창밖에서 들어오는 직사광선이 걱정이었다. 귀중한 이콘들이 강한 햇빛을 고스란히 맞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대학 교정 부근에는 1968년 대한민국 춘천시에 세운 한국전쟁 에티오피아군 참전 기념비와 똑같은 모양으로 세운 기념비도 있는데, 이 기념비 자체는 2006년에 세운 것이라 별 문제가 없었지만 그 주변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고 있었다. 이곳이 한국전쟁 참전 기념 시설이라는 것을 알리는 표지판은 반쯤 떼어져 너덜너덜한 상태였고, 그 이전에 ‘에티오피아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 공원’이라는 문구를 아치 모양으로 써넣은 정문부터가 빛이 완전히 바랜 채로 방치된 모습이었다. 태극기와 에티오피아 국기 모두 색이 바래서 태극기의 붉은색은 흰색으로, 녹색-노란색-빨간색 순서로 되어 있는 에티오피아 국기의 노란색은 하늘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나마 성 기요르기스(한국어식 이름은 ‘제오르지오’, 영어식 이름은 ‘조지 George’) 성당 등 에티오피아인 신자들이 많이 찾는 정교회 성당들과 그 성당에 부속된 박물관들은 관리가 비교적 잘 되고 있었으나 연구 기능을 겸해야 할 대학 박물관과 에티오피아의 정예 부대가 참전한 불과 70여 년 전의 전쟁을 기억하고자 설립한 시설에서 유물 관리를 하는 데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이는 에티오피아의 국가적인 손실일 뿐만 아니라 인류 문화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2024년 6월 4일부터 5일까지 대한민국에서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주로 경제 협력과 관련된 사안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앞으로는 경제 협력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문화 교류, 문화 협력에도 한국 정부가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특히 이 지역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만 신경을 쓰기보다 아프리카 대륙의 십수억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고유 문화를 잘 지키고 누릴 수 있도록 한국 측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박물관 유물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전시 시설을 개선하는 데 한국 측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문화 협력이 필요한 분야는 물론 이 밖에도 상당히 많다. 반만년 전통의 문화 강국 대한민국이 인류의 발상지 아프리카와 손을 잡고 장차 다양한 영역에서 문화 협력의 모범 사례를 선보여 주기를 기대한다.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언어학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언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만하임 라이프니츠 독일어연구원 방문학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등을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일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천주가사에 대한 텍스트언어학적 연구”, “텍스트언어학에 기반한 ‘쉬운 언어(Leichte Sprache)’ 텍스트 구성 시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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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언어학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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