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미래학회

아프리카 소식
8년 전으로 법 되돌려…‘여성 할례’ 부활시키겠다는 감비아
관리자 2024.03.19 124

한겨레

본문

8년 전으로 법 되돌려…‘여성 할례’ 부활시키겠다는 감비아

종교계 주장에 의회 찬동…인권단체들 강력 반발

기자박병수
  • 수정 2024-03-19 13:54
  • 등록 2024-03-19 13:36
감비아의 여성 할례 반대 단체가 18일(현지시각) 의회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반줄/AFP 연합뉴스
감비아의 여성 할례 반대 단체가 18일(현지시각) 의회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반줄/AFP 연합뉴스

서부 아프리카 감비아에서 반인권적 관습으로 지탄받아온 여성 할례를 부활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감비아 의회는 18일(현지시각) 전체의원 58명 중 47명이 참석한 표결에서 42명의 찬성으로 여성 할례금지법을 폐지하는 법안을 해당 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법안은 해당 위원회를 거친 뒤 본회의 의결로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도인 감비아에서 10~15살 어린 여성의 성기 일부를 잘라내는 여성 할례는 순결과 정숙, 복종의 뜻으로 오랫동안 관습처럼 행해졌다. 이에 대해 국제기구와 인권단체에선 여성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폐지 운동을 전개해 왔다. 이에 따라 2015년 여성 할례 금지법이 제정됐으나, 실제 단속은 느슨했다. 그러다 지난해 할례 시술자 3명에게 무거운 벌금이 부과된 것을 계기로, 영향력 있는 이슬람교 이맘이 “여성 할례는 종교적 의무이며 중요한 우리 문화”라며 할례금지법 폐지 운동에 나서며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인권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할례금지법이 폐지되면 그동안 야만적인 폭력에 대항해 싸워온 오랜 노력이 물거품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의회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에 시민단체 운동가들이 모여들어 의회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의 바리케이드에 막혔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날 의회에서는 “여성 할례를 시술했다고 처벌받으면 그건 종교활동을 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할례 반대 운동을 해온 파투 발데는 “남성들이 여성 할례를 계속하려는 이유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여성 할례는 주로 아프리카에 널리 퍼져 있으며, 일부 아시아와 중동에서도 한다. 국제적으로 여성 인권침해로 간주하며, 감염과 출혈, 통증과 같은 건강상의 우려를 낳고 있다. 심할 경우 숨지기도 한다. 국제적으로 여성 할례 반대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성 할례는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나고 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2억3천만명 이상의 여성이 할례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 추정치를 냈을 때보다 3천만명 늘어난 수치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Copyright © The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
경향신문

감비아, 8년 전 금지한 ‘여성 할례’ 부활 움직임…왜?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2024.03.19 16:24 입력 2024.03.19 17:07 수정
18일(현지시간)  감비아 수도 반줄의 국회 밖에서 여성 할례 금지 해제 법안에 대한 의원들의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한 여성이 할례에 반대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감비아 수도 반줄의 국회 밖에서 여성 할례 금지 해제 법안에 대한 의원들의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한 여성이 할례에 반대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서아프리카 국가 감비아에서 여성 인권을 억압하는 관습으로 여겨져 법으로 금지했던 ‘여성 할례’를 사실상 다시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감비아 의회는 18일(현지시간) ‘할례’로 알려진 여성 생식기 절제술(FGM)을 금지하는 법을 폐기한다는 계획을 표결에 부쳐 전체 의원 58명 중 47명 참석, 42명 찬성으로 승인했다.

국회의장은 새로운 법안을 담당 위원회에 제출했으며, 약 3개월간 법리 검토 등을 마친 뒤 본회의 의결을 거치면 최종 공표된다. 이 경우 감비아는 FGM를 금지했다 철회한 최초의 국가가 된다.

감비아에서 FGM 금지 법안은 2015년 처음 제정됐지만, 실제 집행력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이 법에 따라 벌금형을 선고받은 첫 번째 사례가 나오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감비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슬람단체 등은 FGM이 ‘이슬람의 미덕이자 종교적 의무’라고 주장하며 비범죄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표결을 이끈 의원들은 새로운 법안의 취지가 “종교적 충성심을 지키고 문화적 규범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FGM 반대 단체인 ‘세이프핸즈포걸스(Safe Hands for Girls)’를 설립한 자하 두쿠레는 “법안 폐지에 성공하면 다음은 조혼 금지법, 가정폭력 관련 법안들도 표적이 될 수 있다”면서 “이는 종교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여성과 그들의 신체를 통제하는 악습에 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감비아 시민단체 ‘세이프 핸즈 포 걸스’를 설립한 자하 두쿠레. 세이프핸즈포걸스 제공

감비아 시민단체 ‘세이프 핸즈 포 걸스’를 설립한 자하 두쿠레. 세이프핸즈포걸스 제공

FGM 반대 운동을 이끈 대표적인 활동가로, 올해 미국 정부가 수여하는 ‘용기 있는 여성상’을 받은 파투 발데는 “우리는 FGM에 대한 침묵을 깨뜨렸지만, 결국 후퇴했다”면서 “이런 선례로 인해 다른 국가들도 해로운 관행으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는 법률들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국회에서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건물 밖에는 법률 폐기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FGM 생존자의 목소리를 들어라’ ‘FGM은 종교적 의무가 아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의회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18일(현지시간) 국회 앞에서 여성 할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국회 앞에서 여성 할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손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FGM은 어린 여성들의 성욕을 통제한다는 목적으로 생식기의 음핵을 제거한 뒤 봉합하는 시술이다. 이는 과다 출혈, 쇼크,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이에 국제사회의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고, 현지 여성단체들도 종교적 근거가 없는 여성 폭력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이를 불법화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FGM은 여전히 아프리카와 아시아, 중동 등 여러 지역에 널리 퍼져 있다. 감비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15-49세 여성의 4분의 3가량(73%)이 FGM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도 FGM을 당한 여성은 2억3000만 명에 달한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The Kyunghyang Shinmun,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