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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아프리카 내 바그너 그룹 사업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나
관리자 2024.02.25 133
러시아는 아프리카  바그너 그룹 사업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나
조 인우드, 제이크 타치 - BBC Newsnight, BBC Eye 님의 스토리 • 19시간
 
러시아는 아프리카 내 바그너 그룹 사업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나
러시아는 아프리카 내 바그너 그룹 사업을 어떻게 이어가고 있나© AFP
러시아가 아프리카 정부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천연자원에 대한 접근을 넘겨 받는 대가로 일명 "정권 생존 패키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는 내용의 새로운 주요 보고서가 발표됐다.
BBC가 살펴본 러시아 정부 내부 문서엔 전략적 요충지에서 서방 기업을 몰아내려는 야심을 품은 러시아가 서아프리카 국가들의 광산 법률을 바꾸고자 어떻게 애쓰고 있는지 자세히 담겨 있다.
그리고 이는 지난해 6월 지도부의 반란 실패로 와해된 용병 그룹 바그너가 아프리카에서 하던 사업을 러시아 정부가 넘겨받는 과정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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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이러한 사업을 이끌고 있는 건 이른바 러시아 ‘원정 부대’이다.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인물은 과거 영국 길거리에서 신경작용제 ‘노비촉’을 이용해 세르게이 스크리팔을 암살하려던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자다. 러시아는 해당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한다.
이번 보고서의 주요 저자로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지상전 전문가인 잭 와틀링 박사는 “러시아가 아프리카 정책에 있어 음지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2023년 6월까지만 해도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고 유명한 용병이었을 것이다. 그가 이끌던 바그너 그룹은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기업과 사업을 장악하고 있었으며, 바그너 소속 용병들은 러시아가 벌인 우크라이나 침공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수도 모스크바로 진군하기로 결정했다. 겉으로 요구한 내용은 국방장관과 참모총장의 해임이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위협하는 전례 없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반란 몇 주 만에 프리고진은 바그너의 다른 여러 주요 인사와 함께 매우 의심스러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지도부를 잃은 바그너 그룹의 향후 행보에 대한 추측이 난무했다. 이제 우리는 그 답을 할 수 있게 됐다.
와틀링 박사는 “프리고진의 반란 직후 크렘린궁에선 회의가 열렸고, 이 회의에서 바그너의 아프리카 사업을 러시아 군 정보총국(GRU)이 직접 관리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아프리카 사업 관리권은 안드레이 아베야노프 장군에게 넘어가게 됐다. 암살 및 외국 정세를 뒤흔드는 작전 등 각종 비밀 공작을 수행해온 ‘GRU 29155 부대’의 책임자이다.
그러나 아베야노프 장군이 새로 맡게 된 사업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정세를 뒤흔드는 대신, 오히려 광물 채굴권을 넘겨받는 대가로 현지 정권과 미래를 보장해주는 데 그 목적을 둔 모양새다.
지난해 9월 초, 유누스베크 예브쿠로프 국방차관과 아베야노프 장군은 바그너가 과거 아프리카에서 진행했던 사업을 둘러봤다.
우선 리비아로 건너가 그곳 군벌인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을 만났으며, 이후엔 부르키나파소에서 35세의 젊은 쿠데타 지도자 이브라힘 트라오레를 만났다.
이후엔 아프리카에서도 바그너의 작전이 가장 효과를 거둔 곳이라 할 수 있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도 방문했으며, 그 뒤엔 말리로 건너가 말리의 군사 정부 지도부를 만났다.
2023년 3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에서 포착된 시위 현수막. ‘러시아는 바그너다. 우리는 러시아를 사랑하고 바그너를 사랑한다’고 적혀 있다
2023년 3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에서 포착된 시위 현수막. ‘러시아는 바그너다. 우리는 러시아를 사랑하고 바그너를 사랑한다’고 적혀 있다© AFP
지난해 니제르에서 권력을 장악한 군부 인사 중 하나인 살리푸 모디 장군도 만났다.
이러한 만남은 프리고진이 몰락했다고 해서 바그너가 이 지역에서 진행하던 사업이 끝나는 건 아니라며 아프리카 대륙 내 파트너들에게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
트라오레와의 만남에선 “부르키나소의 사관생도 및 모든 계급의 장교 훈련 등 군사 영역”에서의 협력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 재확인했다고 한다. 즉 프리고진이 사망했다고 해서 부르키나파소 군정과 러시아의 관계가 끝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선 더 깊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등 바그너와 가까웠던 서아프리카 3개국은 최근 몇 년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지역이다. 이후 이들 3개국은 서아프리카 내 국제 공동체인 ‘서아프리카 국가 경제 공동체(EOCWAS)’ 탈퇴를 발표하는 한편 독자적으로 ‘사헬 국가 동맹’을 창설하겠다고 나섰다.
이 중에서도 바그너와 가장 많이 얽힌 국가는 여러 쿠데타와 더불어 이슬람 반란으로 인한 내전이 아직도 이어지며 사실상 실패한 국가로 남게 된 말리일 것이다.
이에 유엔은 이곳에 ‘유엔 말리평화유지단(MINUSMA)’을 파견했으며, 프랑스 또한 오랫동안 반군을 상대로 작전을 펼쳤다.
그러나 말리는 과거 자신들을 식민지로 삼았던 프랑스에 특별히 호감이 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바그너 그룹이 다가와 러시아의 지원을 바탕으로 서방 세력을 대체하겠다고 제안했을 때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영국의 자문 기업 ‘앰버 어드바이저스’ 소속 아프리카 정치 분석가인 에드위그 소르호-데파뉴는 “이들은 프랑스를 환영한 게 아니라 참고 견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헬 지역 내 테러 위기 해소를 돕겠다는 프랑스의 임무는 한계가 있다고 간주됐습니다. 그렇기에 프랑스가 해당 지역에서 10년이 넘는 긴 시간 머물렀다는 사실은 도움이 되지 않았죠.”
아울러 과거에 대한 향수도 작용했다. “이러한 (사헬) 국가들에 사실 러시아는 완전히 새로운 동맹국이 아니다. 러시아의 영향력은 7, 80년대에도 이곳에 존재했다”는 설명이다.
“더 나았던 시대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 지역의 꿈은 종종 러시아와의 관계와 연관 지어집니다.”
무엇보다도 이들 국가를 장악한 군부 입장에선 러시아의 군사적 존재가 분명 도움이 된다.
“처음 이들 군부 세력은 과도기의 지도자였습니다. 이젠 선거를 조직하고, 민주주의 제도로 복귀해야 하죠.”
“하지만 이제 러시아의 준군사 조직이 투입돼 이들 군사 정권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하는 만큼 오래 정권을 잡을 수 있게 됐습니다.”
군부가 프랑스군의 철수를 명령하면서, 현재 말리는 국내 치안을 바그너 그룹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일반 말리 국민들에게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와틀링 박사는 “러시아는 헬기와 탄탄한 화력을 갖춘 무기와 함께 기동타격대도 제공했다”면서 “이들은 매우 전통적인 소련식 방법으로 게릴라 세력을 소탕하고 있다. 전투원들만 처형하는 게 아니라, 전투원을 지원하거나 이들과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민간인들도 제거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바그너 그룹이 아프리카 대륙뿐만 아니라 이전에 지배력을 행사했던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등지에서 인권 유린 행위를 자행했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그중에서도 말리 중부 모우라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은 그 관련 기록이 가장 잘 남아 있다. UN 보고서에 따르면 최소 500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말리 군인들과 “무장한 백인 남성”들에 의해 즉결 처형됐다고 한다. 목격자들은 이들 백인 남성이 “알 수 없는 언어”를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독립적인 검증은 불가능하긴 했으나,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이 백인 공격자들이 러시아 용병임을 식별했다.
이처럼 때론 잔인하기도 한 대규모 치안 유지 지원을 대가로 바그너 그룹은 무엇을 요구했을까.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말리는 목재, 금과 같이 단순히 귀중한 자원부터 특히 전략적으로 중요한 우라늄, 리튬에 이르기까지 여러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와틀링 박사에 따르면 바그너는 이미 기존에 정립된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했다고 한다.
“사업 활동을 하며 동시에 운영 비용을 충당하는 게 러시아의 표준 (작업) 방식입니다. 아프리카에선 주로 광산 채굴권을 통해 이뤄집니다.”
바그너 그룹은 진출한 모든 국가에서 귀중한 천연자원을 확보해 그저 사업 운영 비용을 충당할 뿐만 아니라 상당한 이익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례로 ‘블러드 골드 리포트’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2년간 아프리카에서 25억달러(약 3조원) 가치의 금을 채굴했는데, 이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용병들, 주로 전직 바그너 출신인 이들은 이번 달 부르키나파소 국경과 가까운 말리의 인타하카 광산을 장악했다. 말리 북부 지역 최대 광산으로, 현지 무장 단체들이 수년간 분쟁을 벌여오던 곳이다.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잠재적인 지정학적 중요성이다.
와틀링 박사는 “러시아는 현재 주요 광물 및 자원에 대한 서방의 통제력을 전략적으로 약화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지적했다.
말리에선 최근 채굴 관련 법령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군부가 천연자원에 대해 더 큰 통제권을 휘두를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한 호주 리튬 광산은 해당 법률 개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이유로 자사 주식 거래를 잠시 중단했다.
와틀링 박사는 리튬, 금 광산도 분명 중요하지만, 더 큰 전략적 골칫거리가 자리하고 있을 수도 있다면서 “러시아는 니제르 내 프랑스의 우라늄 광산에 대한 접근권을 박탈할 수준의 권리를 얻어내고자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말리 국민이 금 채굴로 생계를 유지한다
많은 말리 국민이 금 채굴로 생계를 유지한다© AFP
한편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는 말리에서 이룬 성과를 니제르에서도 달성하기 위한 러시아 내부 문건의 내용을 자세히 담았다. 러시아가 서아프리카 우라늄 광산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유럽은 러시아의 소위 ‘러시아 협박’에 또 한 번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다.
일례로 프랑스는 전 세계 그 어느 국가보다 원자력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 원자로 56개에서 생산하는 전력이 국가 전체 에너지 소비의 거의 3분의 2를 담당한다.
그리고 사용하는 우라늄의 약 5분의 1을 니제르에서 수입하는데, 과거 식민 통치했던 니제르 등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불리한 거래 조건을 내걸며 착취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와틀링 박사는 “러시아는 서방 국가가 (이 지역에서) 근본적으론 식민주의적 태도를 유지하려고 한다는 식의 담론이 퍼지길 바란다”면서 “이는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왜냐하면 현지 정권을 고립시키고, 이들 중 엘리트들을 잡아 두고, 이들 국가의 천연자원을 가져가는 등 러시아의 접근 방식이야말로 매우 식민주의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원정 부대’는 러시아의 외교 정책의 일환이라기보단 ‘바그너 2.0’에 더 가까워 보인다.
과거 프리고진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깊은 관계를 구축해놨기에, 이 복잡한 네트워크를 해체하기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비생산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러시아 ‘원정 부대’는 프리고진이 활동했던 나라에서 같은 장비를 갖고, 궁극적으론 같아 보이는 목표 아래 활동하고 있다.
한편 와틀링 박사는 “러시아가 그 정책을 추구하는 공공연함”이야말로 근본적인 변화라고 설명했다.
프리고진이 이끌던 바그너 그룹 덕에 러시아는 해외에서 각종 작업을 벌이고 영향력을 행사해도 그 연관성을 그럴듯하게 부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본격적인 침공 이후 러시아의 이러한 가면이 벗겨졌다는 게 여러 서방 정보 당국자의 설명이다.
와틀링 박사는 “현재 러시아는 국제 사회의 위기를 악화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여러 곳에서 새로운 갈등을 일으키거나 이미 갈등이 일어난 곳에선 더욱 부채질하며 돋구고 있다. 즉 세상을 덜 안전하게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쟁 사회에서 궁극적으로 이는 우리를 약화시키고 있습니다. 즉,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영향은 없더라도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에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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