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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아프리카 문화, 우리와 많이 달라요
관리자 2025.04.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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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분투칼럼] 아프리카 문화, 우리와 많이 달라요

송고2025-04-10 07:00

송고 2025년04월10일 07시00분

이현정 한국수출입은행 대외협력기금(EDCF) 카이로 소장

이현정 한국수출입은행 대외협력기금(EDCF) 카이로 소장
이현정 한국수출입은행 대외협력기금(EDCF) 카이로 소장

[이현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아프리카 관련 콘텐츠들을 즐겨 찾다 보니 다양한 유튜브 동영상도 보게 되고, 여러 단체 SNS 방에도 들어가 있다. 직간접적인 아프리카 경험에 대한 많은 사람의 반응을 다음과 같이 네 단계로 나눌 수 있다: 1단계는 새로운 환경·문화에 대한 기대감과 행복감의 시기, 2단계는 문화 차이로 인한 충격의 시기, 3단계는 문화충격으로부터의 점진적 회복기, 4단계는 새로운 문화에 동화하고 적응을 통해 이 문화를 자신의 삶으로 수용하는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대체로 1단계는 여행자의 시선이다.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가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여행자들은 대체로 한국 대비 턱없이 열악한 의식주·생활환경에서도 순수한 웃음을 보이거나, '하쿠나 마타타', '모두 괜찮아(All is well)'를 읊조리며 오늘을 사는 현지인들을 보며 '헬조선'과 전혀 다른, 소박한 삶에 만족하는 듯한 생활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2단계는 현지에서 3개월∼1년 정도 사는 한국인들이 일상을 꾸리는 과정에서 자꾸 부딪치게 되는 부조리함 때문에 갖게 되는 감정이다. '바로 오겠다, 바로 연락주겠다, 다 된다, 문제없다, 저렴하게 판다'고 확인했는데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일들을 일상에서 자주 겪는다. 사회적인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환경이다 보니 일상적으로 불신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다 보면 심신이 지친다.

3단계는 내 경험으로는 1년 이상 지나서 이루어졌던 것 같다. 대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알 수 없던 현지 문화, 사람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단계이다. 종종 깨우침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기도 한다. 시간 약속을 지킬 수 없는 교통 체증, 무질서한 대중교통과 운행 시간, 외국인이면 바가지 씌우고, 거기다 단골이면 더 바가지 씌우고, 현지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을 준비해 내오기까지는 1시간이나 걸렸는데, 음식을 서빙하자마자 "다 괜찮아요(Everything is good)?"하고 물어 "괜찮아요(Good)!"란 답변을 강요하고… 이렇게 무례하거나 외국인이라고 속이려는 태도를 보며, 나를 얕잡아 본다고 생각했던 현지인들에게 그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남몰래 부글부글 끓었던 분노와 오해가 미안해지곤 한다.

4단계는 2년 정도 지나면 인간의 보편적 가치가 그들이나 나나 다르지 않고, 공유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장점들이 보인다. 부족한 의식주로 인해 그들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가치들, 자유·민주·자아실현·여가 등을 나는 상대적으로 풍족하게 누리고 있음에 대해 약간의 미안함과 세계시민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게 된다.

카메룬 EDCF 가루아 병원사업 담당 보건부 국장 면담 사진
카메룬 EDCF 가루아 병원사업 담당 보건부 국장 면담 사진

코로나가 한참 진행 중이던 2022년 3월, 카메룬 EDCF 가루아 병원 사업을 담당하는 보건부 국장과 면담하고 있다. 가루아는 카메룬 북부, 나이지리아와의 국경 근처 주도(州都)로 수도 야운데에서도 비행기로 1시간 이상 들어가는 오지다. 한국에서 파견된 현장근무자들이 고온의 날씨, 코로나, 말라리아, 식자재 조달의 어려움 등으로 고생했다. 필자는 맨 왼쪽 [이현정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유튜브에서 가나 출신 예능인의 근황을 보았다. 한때 순발력과 재치 있게 한국말을 잘 구사해 한때 인기 많은 패널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의사 표현을 한 후 연예계에서 대중들에게 외면당했다. 이후 연예활동을 재개하기 위해서인지 공개적으로 뉘우친다고 해 놓고 자숙 기간에 다른 나라 TV에 나와 한국인들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을 했었다. 특히 문제 되었던 의사 표현은 한국인 외모 비하, 여성 비하, 흑인 남성의 성적 매력 과시로 보일 수 있었기 때문에 한국 대중의 분노가 컸다. 결국 반성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으면서 그는 각종 TV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그의 발언은 사실 가나나 탄자니아에서 일상적으로 수용되고, 농담처럼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정도의 표현들이다. 그는 한국 정부장학생으로 20대가 된 이후 한국에 와서 한국말과 정서, 문화를 익혀가던 중이었다. 어떻게 바로 본인의 문화를 깨끗이 세탁하고 한국인의 정서와 금기를 알고 이해하고, 조심할 수 있을까. 그 가나 출신 예능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도 같다. 어쨌든 한국인들이 정서상 불편하다니 사과를 했겠지만, 그게 진정 본인의 태도·사고·가치관·생활방식이 잘못된 것을 알고 바로 고칠 수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또 그러다 보니 무의식중에 외국 TV에서 문제적 발언을 또 했을 것도 같다.

얼마 전 한 연예인이 아프리카 아동 결연을 통해 후원한 내용, 후원받는 아동이 앓고 있던 질환, 즉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에이즈(AIDS)라는 질병, 이제는 그 아이가 성인이 되어 결혼하여 남편과 함께 찍은 사진 모습 등이 언론에 나왔다. 그런데 아프리카 관련 단체 SNS 방에서는 후원 아동의 의료정보·얼굴·신분을 그대로 노출했다며 많은 사람이 그 연예인을 비난했다. '선진국에서 이런 정보를 노출했다면 신문사는 폐간되었을 거다, 미디어 지침도 모르느냐, 아프리카인이라고 선정적으로 에이즈를 강조한 것이다' 등등.

그런데 얼마 전 가나 병원에서 봉사하는 한국 간호사 지인의 블로그에 한 이야기가 올라왔다. 신장 투석을 받는 현지 환자가 지인의 블로그에 자기 얼굴이 잘 나오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해 놀랐다는 내용이다. 그 환자는 어디든 본인이 노출되면 감당하기 버거운 병원 비용을 후원받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내가 만난 많은 대부분의 가나나 탄자니아 사람들은 현재 한국인의 일반적인 사고·정서와 달리 당장 기초생활을 보장받는 게 더 급하기 때문에, 초과근무나 심부름을 시키면 돈 벌 기회라고 좋아하곤 했다.

물론 그 연예인의 후원을 받은 현지인은 본인 얼굴이 나오는 게 싫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그 친구였다면 후원에 대한 감사, 그리고 본인의 처지를 알림으로써 후원을 더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디어 노출을 반겼을 것 같다. 오랫동안 잊지 않고, 피후원 아동을 살펴왔던 연예인이라면 얼굴과 병명의 언론 노출에 대해 피후원자에게 물어봤을 것도 같고, 피후원자가 동의했다면 별 문제 안 될 수 있다. 그런데 개인정보가 노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단체 SNS 속 다수가 한목소리로 연예인과 언론사를 비난하는 것이 조금은 불편했다.

한동안 단체 SNS 방에 이 연예인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런 나의 반응을 알려야 하나, 가만히 있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침묵했다. 나 역시 누구를 비난하거나 가르치기보다 나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부터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는 데 있어 좀 더 신중하자고 다짐한다.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이현정 소장

현 한국수출입은행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이집트 카이로 사무소장, 서강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서울대 글로벌 MBA, 세종대 국제개발협력학 석사, EDCF 탄자니아 사무소장(2017), 경협사업1부 팀장(2020), EDCF 아프리카부장(2021). EDCF 가나 사무소장(2022)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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