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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고대이집트 왕권 신화
관리자 2025.03.2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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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 신화 속으로의 초대
  •  맹성렬 우석대·전자전기공학
  •  승인 2025.03.16 03:22

■ 책을 말하다_ 『고대 이집트 왕권 신화』 (맹성렬 지음, 투나미스, 640쪽, 2025.01)

 


고대 이집트 문명의 신비와 그 깊은 종교적 의미를 탐구한 이 책은 파라오 시대의 종교 의식과 신화적 상징의 본질을 다룬다.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을 넘어, 고대 이집트 종교의 철학적 깊이와 현대 문명에 미친 영향을 폭넓게 분석한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책은 『피라미드 텍스트』와 『사자의 서』를 비롯한 고대 문헌과 벽화 분석, 오시리스 신화의 심층적 해석, 그리고 그리스와의 문화적 연결성을 다루는데, 특히, 오시리스와 호루스 신화를 중심으로 파라오의 권력이 신적 정당성을 얻는 과정을 면밀히 살피며 고대 왕권의 상징적 재현과 의식의 본질을 파헤친다.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지만, 고대 이집트 신화는 좀 생소하다. 하지만 우리 인류 근대 역사를 잘 살펴보면 이 신화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깨닫게 된다. 미국 독립과 프랑스 혁명 등 근대 세계를 이끈 주요 장면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이들이 바로 고대 이집트 신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몽테스키외, 볼테르, 로베스피에르 그리고 나폴레옹은 프리메이슨이라는 비밀 결사와 깊은 연관이 있었는데, 이 조직의 기본 사상에 고대 이집트 신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고대 이집트 신화의 핵심 내용은 역시 프리메이슨 멤버였던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부부 사이인 오시리스와 이시스라는 신들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오시리스는 동생 세트에 의해 살해당하며, 그의 시신은 갈가리 찢겨 이집트 전역에 흩어진다. 이시스는 남편의 시신을 거두어 미라로 만들며 잠시 부활시킨 후 성스러운 결합으로 아들 호루스를 낳는다. 호루스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고 왕위를 되찾는다. 고대 그리스 학자들이 채록한 오시리스와 이시스에 얽힌 이야기다.


프리메이슨의 원류를 쫓아가면, 고대 그리스 전역에서 매년 성황리에 대중적으로 치러졌던 디오니소스 축제와 고대 그리스 엘리트들이 가입했던 비밀 결사와 맞닿는다. 그리고 이런 축제와 비밀 의식이 모두 고대 이집트 땅의 오시리스 축제에서 비롯되었다고 헤로도토스는 증언하고 있다. 오늘날 이집트학 학자들은 이런 전통이 고대 이집트 왕국 성립기인 기원 전 3000년 이전부터 전해왔음을 밝혀냈다. 무려 5000년 전의 신화가 근대 역사에까지 영향을 끼친 것이다. 이번 나의 저술 <고대 이집트 왕권 신화>는 바로 이 아주 오래된 신화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고대 그리스 학자들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놀라운 고대 이집트인들의 상징체계에 대한 해석이 담겨 있다. 매우 오래되었으면서 가장 최근까지 우리에게 영향 끼친 이 놀라운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 들어가는 글 -

고대 이집트 종교 하면 우리는 먼저 『사자의 서(Book of the Dead)』를 떠올린다. 이 문서는 죽음 후에도 현세와 같은 형태의 삶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반영한 것으로 죽은 자가 명계에 가 심판을 받고 제2의 삶을 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이는 고대 이집트 파라오 왕조 종교의 핵심 내용과는 달랐다.

원래의 고대 이집트 종교는 파라오 중심이었으며 『사자의 서』 상당 부분은 파라오가 주인공인 왕실 종교에서 사용된 문구들을 채용하여 만든 것이다. 5·6왕조 피라미드 내벽에 새겨진 『피라미드 텍스트(Pyramid Texts)』가 바로 그런 문구들이다. 그런데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여기에서 왕이 죽은 후 심판을 받는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 이집트 종교는 후대에 대중적으로 재창조된 것이다. 그렇다면 원래의 고대 이집트 왕실 종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혹자는 비록 『피라미드 텍스트』에 명시적으로 나와 있지 않지만, 죽은 후 심판을 받는다는 내용이 신관들에게 적용되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죽은 후 심판을 받는다는 사상이 원래부터 고대 이집트 종교에 존재했었다고 강변한다. 하지만 고대 이집트에서 신관 또는 일반인들에게 적용되는 징벌은 그 종교의 본질적 부분과 전혀 무관했다. 그렇다면 진정한 고대 이집트 종교의 핵심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많은 학자가 파라오 중심의 고대 이집트 종교도 ‘장례’가 그 중심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피라미드 텍스트』를 죽은 왕의 장례 문서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은 왕의 장례 의식은 고대 이집트 종교의식 일부에 불과했으며 핵심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장례식은 새로 등극할 후계자 대관식과 병행되었는데, 그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장례식이 대관식에 종속되어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원래의 이집트 종교는 죽은 왕의 장례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새 왕의 대관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고대 이집트 왕실의 가장 중요했던 종교의식인 장례식/대관식에서 죽은 왕은 오시리스라는 신과 동일시됐다. 그리고 새로 등극할 왕은 호루스의 역할을 맡았다. 오시리스로 분장한 죽은 왕 미라와 호루스로 분장한 왕위 계승자가 주역을 맡은 장례식/대관식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입을 여는 의식’이라는 비밀 의식이었다. 그렇다면 이 의식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필자가 이 책을 통해 밝히려고 하는 고대 이집트 종교의식의 본질적 모습은 다음과 같다.

성인 호루스가 시간을 거슬러 오시리스의 장례식장으로 간다. 그는 오시리스 안의 호루스가 된 후 자기 눈을 바쳐 오시리스를 부활하도록 한다. 그는 오시리스의 생식기관 일부가 되고 오시리스의 성적 능력을 살려낸다. 그의 주관 아래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성스러운 결합이 이루어진다. 이를 통해 그는 오시리스 성기에서 정자로써 방출되어 이시스의 자궁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결국 ‘태고의 언덕’에서 태양신의 적손인 아기 호루스로 태어난다. 이와 같은 아기 호루스 탄생이 바로 호루스 왕 대관식의 결론이었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호루스가 오시리스와 결합한 후 이시스의 자궁을 향해 정액으로 방출되어 세트의 정자 무리를 헤치고 나아가 자신의 잉태에 성공한 후 궁극적으로 최고신의 위치에 도달하는 과정을 철저한 고대 이집트 문헌 기록 고증을 통해 낱낱이 파헤칠 것이다.

 

맹성렬 우석대·전자전기공학


우석대학교 교수. 물리학과 재료과학, 그리고 전기전자공학을 공부한 이공계인이다. 하지만, 인류의 신화와 문명의 미스터리에 매혹되어 지난 30년간 다른 한편으로 인문·사회적 탐구 행보에도 매진해왔다. 저서로 <UFO신드롬(넥서스)>, <과학은 없다(쌤앤파커스)>, <아담의 문명을 찾아서(김영사)>, <지적 호기심을 위한 미스터리 컬렉션(김영사)>, < 피라미드 코드(김영사)>, <아틀란티스 코드(지식여행)>, 그리고 <UFO: 우리가 발견한 것이 아니다, 그들이 찾아오는 것이다(생능출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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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성렬 우석대·전자전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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