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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법 제도 속 ‘뒷골목 낙태’를 택하는 케냐 여성들
관리자 2023.12.01 91

모호한 법 제도 속 ‘뒷골목 낙태’를 택하는 케냐 여성들

의료진 복장
사진 설명,

케냐에선 불법 진료소에서의 낙태 수술이 빈번하다

기사 관련 정보
  • 기자,조이 플로드, 린다 응가리, 타마신 포드
  • 기자,BBC Africa Eye

모호한 법 제도로 인해 케나 여성 수천 명은 불법 낙태 시술소를 택한다. BBC Africa Eye는 낙태를 둘러싼 케냐 사회의 낙인과 잘못된 정보 실태에 대해 살펴봤다.

이디스(가명)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어느 불법 시술소에 누워 있었다. 침대는 오래된 신문지로 덮여 있었다.

하얀 의료용 가운을 입은 남성이 다가와 다리가 높이 고정돼 있는 이디스에게 자궁 안으로 낙태약을 넣겠다고 설명한다.

바닥엔 원래 표백제가 들어있었을 빨간 양동이가 놓여 있고, 그 안에는 의료용 기구가 담겨 있다.

세 아이의 엄마인 이디스는 현재 임신 4개월째로, 임신중지를 원한다.

이디스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다시 직장에 복귀해야 해서 임신을 중지해야 한다. 내겐 돌봐야 할 다른 어린 자녀가 있다”고 말했다.

동아프리카 국가 케냐에서 낙태는 복잡한 사회 이슈다.

식민지 시절 제정된 법에서 기인한 케냐의 형법 상 낙태는 불법이다. 이에 낙태를 한 여성, 낙태 수술을 해 준 자, 필요한 도구나 약물 등을 공급해준 자 모두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지난 2010년 여러 법을 결합해 제정된 헌법엔 “모체의 생명이나 건강이 위험한” 경우, 강간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엔 낙태를 허용한다고 나와 있다.

몇 년 전, 이디스는 자신이 후천면역결핍증후군(HIV) 양성임을 알게 됐다. HIV 검사를 거부한 이디스의 파트너는 이후 이디스를 버리고 떠났다.

한 변호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HIV 바이러스를 지닌 상태로의 임신은 “모체의 신체적 건강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이디스는 합법적인 낙태 수술 대상자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었으나, 불법 시술소만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느껴졌다.

비위생적인 상태로 담겨 있는 의료용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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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낙태는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합법적인 낙태 수술을 하는 의사들도 이 문제에 대해 거의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나이로비 소재 암레프 국제 대학교에서 생식 및 성 건강 전문가로 일하는 요아킴 오수르 교수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낙태와 관련해 몇몇 의료진이 체포를 당하고, 이러한 사례가 대대적으로 알려지면서 “보건 종사자들은 위험에” 빠지게 됐다고 한다.

오수르 교수는 법이 어떻게 이해되는지가 핵심이라면서 “판사가 (낙태) 절차의 적법성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유죄가 될 수도, 무죄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 2004년, 존 니야무 박사와 간호사 2명은 태아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사형을 선고 받았다.

니야무 박사는 나이로비에서도 경비가 삼엄한 ‘카마티 교도소’에 12개월간 수감됐다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케냐 언론은 니야무 박사 사건을 대대적으로 조명했고, 이에 생식 건강 및 권리 연합’이 조직됐다. 이 단체가 주도한 사회적 담론과 토론은 2010년 헌법 초안 작성에 기여하였으며, 이 헌법을 통해 비록 제한적이긴 하나, 케냐 역사상 처음으로 합법적인 낙태의 길이 열리게 됐다.

현재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니야무 박사는 낙태에 대한 법적 모호성이 여성들의 발목을 잡는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이 합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낙태 서비스, 특히 공중 보건 시설에 쉽게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케냐에선 안전하지 않은 낙태 수술이 만연하다”는 니야무 박사는 불확실성과 가이드라인 부족으로 공공 병원에서 안전한 낙태 수술을 제공하지 않아 특히 저소득층 여성들이 가장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안전하지 않은 낙태 수술은 여성들의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니야무 박사는 “낙태 후 합병증을 호소하며 오는 이들 대부분이 젊은 여성”이라면서 “혼자 낙태를 하거나, 비전문가의 도움으로 낙태를 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인권 단체 ‘생식 권리 센터’에 따르면, 케냐에선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 인해 매일 여성과 소녀 약 7명이 사망한다. 입원하는 이들도 수천 명대에 이른다.

한편 나이로비 외곽의 한 불법 진료소엔 여성들에게 2500케냐실링(약 2만1000원)을 받고 낙태 수술을 해주는 남성이 있다.

“아직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도 옵니다. 강간을 당해 오는 여성들도 있죠.”

익명을 요구한 이 남성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임신을 한 여성들은 이를 끝내고자 한다. 우리는 이들이 도움을 원하기에 돕는 것이다.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낙태 수술 이후 추가 비용을 받고 태아를 안전하게 처리해주기도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다른 사람을 시켜 태아 시신을 강물에 던져버린다.

낙태 합법화 반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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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칸자마(하얀 티셔츠를 입은 남성)는 낙태 관련 법률 개정을 반대한다

케냐에선 낙태 반대 운동가들과 관련 종교 단체들이 미국 낙태 반대 로비 단체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 케냐법상 낙태는 명백히 불법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찰스 칸자마는 ‘케냐 기독교 전문가 포럼’ 의장으로, 정기적으로 나이로비 시내에서 집회를 열며 낙태 반대를 외친다.

칸자마 의장은 “우리가 생각하기엔 (법엔) 모순이 없다고 생각한다. [형법과 헌법이]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한 현재 법 규정을 개정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케냐 정부는 합법적인 낙태에 대해 보건 종사자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1년 후 이는 취소됐으며, 안전한 낙태 수술 훈련도 중단된 상태다.

그렇게 지금까지 변한 건 없으며, 칸자마 의장과 ‘케냐 기독교 전문가 포럼’은 이대로 유지되길 원한다.

“첫번째, 저희는 낙태 수술이 안전하든 안전하지 않든 간에 언제나 아이가 사망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즉 아이에겐 늘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 나라가 사람들에게 그렇게 불법적인 행위를 하도록 훈련시킬 순 없습니다.”

그러나 케냐에는 이들의 생각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많다.

에스더 파사리스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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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 파사리스 의원은 “부자들은 아이들을 5성급 병원에 데려갈 수 있고, 안전한 낙태 수술도 조용히 받을 수 있다 … 반면 가난한 이들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에스더 파사리스 하원의원은 낙태권을 옹호할 뿐만 아니라 성 건강 및 가족계획 교육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케냐의 헌법은 모체의 상태가 위험할 때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태’에는 신체적 혹은 생물학적 건강뿐만 아니라 감정적, 경제적 요소도 포함됩니다.”

“이제는 가족 계획을 할 수 없는 이들이 부담해야할 감정적 부담에 대해 이해해야 할 때입니다. 여성들이 아기 낳는 기계가 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줘야 합니다.

파사리스 의원은 2010년 헌법을 통해 특정 조건을 충족한 낙태가 합법화되긴 했으나, 이를 둘러싼 두려움이 여성들, 특히 저소득층 여성들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부자들은 자녀들을 5성급 병원에도 데려갈 수 있고, (낙태를 원하면) 아무도 모르게 안전한 낙태 수술을 받을 기회도 있다”는 파시리스 의원은 “그러나 가난한 이들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케냐 고등법원은 낙태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한편, 임의적인 체포는 불법이라고 판결했으나, 여전히 일부 여성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이디스도 그런 경우였다.

나이로비의 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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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낙태아 시신이 든 가방은 나이로비 강둑에 흘려보내지곤 한다

그렇게 뒷골목 시술소를 찾은 이디스는 자신은 의사 훈련을 받았으며, 한달에 약 150건 정도의 낙태 수술을 집도한다고 말하는 남성에게 몸을 맡겼다. 이 남성은 이디스의 몸 안에 낙태 유도약을 넣었고, 그게 끝이었다.

이 남성은 “약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진 4~5시간이 걸린다”면서 “그러나 이후 진짜 지옥이 찾아온다. 마치 출산하는 듯한 경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디스는 이 수술을 받고자 4000케냐실링을 지불했다. 돈이 부족했지만, 시술소 측은 사후 지불을 조건으로 받아줬다.

수술 1주일 후, 이디스는 BBC에 비밀리에 하는 낙태는 어떤지 들려줬다.

“저는 혼자였고, 고통도 심해서 벽에 몸을 부딪히곤 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마치 출산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집에서 혼자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럴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에 고통스러웠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현재 제 삶을 생각한다면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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