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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가 자유케 하리라’ 교육 사역으로 ‘콩고의 미래’ 여는 김경식 선교사
관리자 2024.10.20 184
국민일보

‘진리가 자유케 하리라’ 교육 사역으로 ‘콩고의 미래’ 여는 김경식 선교사


입력 2024-10-18 15:15 수정 2024-10-20 08:31

콩고에서의 32년, 고난 속에서 피어난 믿음
차세대 지도자 양성을 위한 사역 “오직 기도의 힘으로”

김경식 콩고 선교사 제공

1991년 콩고민주공화국(콩고)은 군인에 의한 폭동으로 그야말로 혼돈의 시기를 겪었다. 이듬해 외국인들이 엑소더스(대탈출)하는 시기, 김경식(65) 선교사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선교의 소명으로 험지에 스스로 들어간 것. 그때부터 그는 30년 이상 콩고 땅에서 장애인·교육·방송 사역 등을 펼치며 복음의 씨앗을 뿌려왔다. 최근 방한한 그를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길거리 현지인들에게 ‘빵과 복음을’

처음 콩고에 도착했을 때 김 선교사는 폭동으로 경제가 바닥을 친 탓에 길가에 버려진 장애인과 부랑아들이 눈에 띄었다고 했다. 당장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할 수 있는 건 빵을 나눠주는 일이었다. 매일 200~300여명에게 빵을 나눠주다 길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어느 순간부터 예배드릴 공간이 절실해졌다. 1994년 콩고 수도 킨샤사 무쉬 지역에 무쉬교회를 개척했다. 이는 콩고의 최초 장애인 교회였다. 장애인들을 돌보며 빵을 전달하는 사역을 하던 어느 날 홍역에 걸린 현지 아이들이 고열에 시달리는 모습을 봤다.

“제가 계속 약을 먹이기 힘들어 부모에게 약을 먹이도록 했는데 고열에 대한 경각심이 없었어요. ‘교육 부재’의 심각성을 느꼈죠. 교회에서 진행하는 성경공부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싶었어요. 학교 사역밖에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콩고 차세대 지도자’ 키우는 학교 사역

하나님은 현지 사정에 필요한 사역의 문을 조금씩 열어주셨다. 1996년 킨샤사 뽕빠쥬 지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세우며 교육 사역을 시작했다. 콩고에서는 최초의 컴퓨터 교육이다 보니 교육부 차관까지 학교를 방문하는 등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킨샤사 닝구알라의 땅을 기증받아 이곳에도 초·중·고등학교를 설립했다. 현재 현지에서 5개 초·중·고등학교에서 5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콩고 꿈나무’로 배움의 길을 걷고 있다.

김경식 콩고 선교사 제공

학교 100개보다 방송 사역이 더 효과적

김 선교사는 “정부에서 학교를 100개 지어달라고 했는데 그럴 여력도 없거니와 1년에 1개씩 학교를 세워도 100년이나 걸리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정부에 역제안한 것은 방송국 설립이었다. 한국의 교육 방송국(EBS) 등을 언급하면서 “학교 100개를 세우는 것보다 방송을 통해 국민을 계몽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설득했다.

2002년 FM 방송에 이어 이듬해 콩고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아 TV 방송국인 CEBS를 설립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종합채널 방송국으로 뉴스를 비롯해 시사 프로그램은 물론 방송 프로그램의 20~30%는 선교 및 교육 방송으로 제작했다. 방송국은 현지에서 좋은 호평을 받았다. 설립 목적대로 방송을 통해 복음을 전하고 교육적인 캠페인 방송을 송출했다.

그러나 방송 사역은 정치 영향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2009년 기자, 피디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했는데 이로 인해 김 선교사는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는 “복음을 전하는 방송에서 프로그램을 상업적으로 풀자는 이들의 요구를 무작정 들어줄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다”며 “제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도뿐이었다”고 밝혔다.


5000명 재학생을 위한 종합대학 설립

고난은 또 다른 사역의 문을 여는 과정이기도 했다. 방송국 파업이 끝난 이듬해 킨샤사에서 종합대학인 레베렁킴 대학교를 설립했다. 의과대학과 법학과, 컴퓨터공학 등 5개 학과를 보유한 대학으로 재학생은 5000명 가량이다.

대학교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교훈을 강조하며 학생들에게 영성과 진실함, 실력을 갖추도록 교육한다. 콩고에서는 만연한 학연주의, 부정부패가 학교에서는 일절 통하지 않는다. 의과대학의 경우 신입생을 250~350명 받지만 졸업생은 50~70명에 그친다. 다른 학과도 마찬가지다. 실력이 안 되면 학생 스스로 버티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졸업생들은 콩고 곳곳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방송국 출신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현재 콩고 공보부 장관은 방송국 앵커 출신이다. 김 선교사는 “학교와 방송국에서 정직함을 배운 인재를 배출한 데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김 선교사는 교육 사역과 더불어 현지에서 5개 교회를 담임하며 복음 전하는 일에도 쉬지 않고 있다. 현재는 레베렁킴 대학교에서 멀지 않은 킨샤사에 4년 전부터 시작한 병원을 건축하는 과정 가운데 있다.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기도의 힘으로

모든 사역은 거저 이뤄진 게 없었다. 폭동으로 집안이 약탈당한 적도 있었고 방송 사역으로 당국 조사 등을 받아 심근경색 치료를 받기도 했다.

오직 기도의 힘으로 숱한 어려움을 이길 수 있었다. 김 선교사는 “기도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주변 사람들의 중보기도가 있었고 저 역시 매일 저녁 시간을 정하고 기도한다”며 선교지를 위해 기도해준 중보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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