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미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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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 이주민과 한국의 다문화 사회-장훈태
관리자 2023.12.17 206
[다문화]-이 글은 월드뷰 2024년1월호 다문화 코너에 게재된 글이다. 저작권이 있으므로 무단복제와 인용은 아니된다. 
   
아프리카 대륙 이주민과 한국의 다문화 사회
   
   
장훈태 (아프리카미래협회 회장)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대학원(Th. M/Ph. D)을 졸업했으며, 백석대학교 선교학 교수를 지냈다.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와 개혁주의생명신학회 회장, 한국칼빈학회 부회장, 한국복음주의선교신학회 편집위원장, 신학발전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아프리카미래협회 및 아프리카미래학회 회장, 국제난민문제연구소 소장이다.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대륙, 아프리카
   
지금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넘치는 국가는 아프리카 대륙이다. 역사적으로 아프리카 대륙은 제국주의의 희생양이었고, 각 국가들이 독립한 후에도 70년이 넘도록 고통 가운데 지내고 있다. 21세기에 들어 아프리카 대륙에는 중국과 러시아 정권이 손을 뻗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의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혼동이라는 틈새를 이용해 러시아가 이들에게 군사 지원을 하고 있어, 아프리카는 푸틴을 외면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
2022년 10월 유엔 투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벨라루스, 북한, 시리아, 니카라과 등 35개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결의안에 찬성하지 않았는데, 이 중 절반이 아프리카 국가들이었다. 아프리카 대륙 26개국은 결의안에 찬성했지만, 18개국은 결의안에 반대했고 4개국은 기권했다. 유엔에서의 투표 비율로 보면 러시아의 푸틴이 아프리카에 한 투자는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힘을 앞세운 열강들에 수탈당한 피해자로서 지구적 부정의를 비난하며 배상을 요구해온 아프리카 대륙의 최근 이러한 행보는 구름 낀 것처럼 씁쓸할 뿐이다. 
그럼에도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세계화가 역전되는 현상과 함께 새로운 양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동인구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나이지리아와 콩고 같은 국가에서는 인구 증가율과 함께 노동력 증가가 함께 이루어지는데, 이들 국가에서는 노동자 이민보다 빈국의 노동자에게 자본과 경영을 이전하는 일들이 많아질 것이다. 
   
세계 최고의 난민 그리고 이주자
 
지금 세계가 아프리카 대륙에 손을 뻗치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리카 대륙은 또다시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되어 가고 있다. 사회주의 정치의 밀착된 일부 아프리카 국가는 국민의 삶을 더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아프리카는 오랫동안 생태계가 고립돼 진화되었기 때문에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고 자원보유국이 많다. 자연 다큐멘터리에 곧잘 등장할 만큼 아름다운 아프리카 대륙이지만, 정작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오늘의 아프리카는 생태관광과 농업을 주요 산업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산업화에 대한 인프라 구축이 더디므로 GDP가 1,500달러에 불과한 최빈국들이 많다. 아프리카 대륙 내 국민들은 빈곤선 아래에 살고 있고, 정치 위기, 기후 재앙과 팬데믹이 겹친 상황에서 군부의 쿠데타, 종족 간 분쟁과 갈등,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적·군사적 침투로 경제 사정은 지난 수십 년간 계속 나빠졌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이 나오지 않는 곳에서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인구가 40%에도 못 미친다. 서아프리카의 토고, 베냉, 가나 등은 코트디부아르로부터 전기를 수입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국민들은 혜택을 보기가 어렵다. 
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모두 종족 단위로 흩어져 살다가 국가를 형성하기도 했으나, 1800년대는 서구의 침략을 받아 오랜 기간 식민 지배를 받거나 노예무역의 희생자로 살았다. 노예로 살던 그들이 이주하여 정착한 곳에는 다문화 사회가 만들어졌다. 아프리카는 다양한 문화로 꽃을 피웠거나 피워가고 있다. 
특히 난민의 경우, 동아프리카, 남아프리카, 서중앙아프리카, 중동·북아프리카 난민의 수가 943만 1,264명이나 된다. 난민 신청자의 수는 173만 6,894명이다. 본국 귀환 난민은 33만 2,373명이다. 그 외에 국내 실향민, 귀한 국내 실향민, 무국적자, 기타 유엔난민기구가 추산한 인구를 합하면 상당한 수에 이른다. 세계 난민 75%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미얀마, 소말리아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최근 부룬디 등에서 새로운 종족과 정치적 분쟁이 발생하면서 그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 서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니제르와 말리의 난민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내 아프리카 난민과 이주민 현황
   
아프리카의 정치·군사·경제적 불안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 세계 난민은 1억 8,940만 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 가운데 3,530만 명은 전쟁과 내전, 자연재해로 고국과 고향을 떠나 국경을 넘는 난민이다. 2024년은 한국이 유엔난민협약에 가입한 지 31년이 되는 해이자,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해 2013년부터 시행한 지 11년째 되는 해이다. 한국 정부에 난민 혹은 이주노동자로 입국하는 자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2년 한국 정부에 난민 지위를 신청한 수는 1만 1,539건이지만, 이 가운데 심사가 완료된 사람의 수는 절반가량인 5,463건이며, 이 중 난민 지위를 받은 사람은 141명에 그쳤다. 난민 인정률은 2.6%에 불과한데, 이는 한국의 난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심한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베트남 전쟁 이후 베트남 난민을 수용하거나 국제 사회의 난민으로 간주되는 북한 이탈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용적 태도를 취해 왔다. 그러나 2018년 제주도 예멘 난민 대거 입국을 계기로 국내에서 난민문제에 대한 찬반 논쟁과 함께 공론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이주민들의 난민 신청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으며, 국내에서 난민 수용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난민을 사회적 위협의 요인으로 보거나 국가 안보의 새로운 문제로 인식하기도 했다. 제주도가 난민의 게토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가운데, 일부는 난민 인정 반대를 위한 국민청원과 난민 불인정에 대한 반대집회 개최 등 난민인정제도에 대한 검토 혹은 폐지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국민들이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편견과 선입관을 가진 상황에서 아프리카 난민 혹은 이주민들의 거주 현황에 대한 검토와 이해가 시급하다. 
아프리카 대륙의 이주민들은 주로 식민지배국인 유럽으로 이주했으나, 최근에는 아시아의 중국과 한국으로 이주하고 있다. 아프리카인의 한국 이주에서 살펴볼 점은 첫째, 산업연수제의 도입(1991년 11월~2003년 10월)과 이주노동자이다. 1991년 말에 입안되어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산업연수제는 정부가 변화하는 국내 노동시장의 현실에 제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둘째,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도입과 산업연수제의 병존에 의해(2003년 이후) 아시아 지역의 노동자들은 산업연수 신분으로 입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프리카를 비롯한 많은 국가의 노동자들은 원천적으로 배제되었다. 셋째, 한국 정부의 노동이주정책에 아프리카 노동자는 고려되거나 정책대상에 포함된 적이 전혀 없다. 아프리카 출신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국제 노동이주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은 한국과의 외교 관계도 낮아 이주민들은 개별적으로 노동이주를 계획하고 이주 노동자로서의 삶을 유지했다. 넷째, 한국 내 아프리카 이주노동자 중 자진 신고자는 2002년 기준 2,272명으로 추산된다. 아프리카 28개국에서 온 자들로 나이지리아와 가나 출신이 다수를 이룬다. 그 외에 난민-인종-젠더가 결합되어 다층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으로 이주한 아프리카인들은 한국 문화와는 다른 차원의 삶을 실천하고 산다. 한국에 정착하여 경제적 부요함을 누리기 위해 온 그들은 낮에는 공장과 일터에서 일하느라 바쁘고, 주말에는 각자의 종교 생활을 하느라 한국 문화를 배우거나 즐길 시간이 없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인들의 흑인에 대한 강한 편견으로 한국인과의 문화적 접근이나 교류가 어렵다는 점이다. 
급증하는 아프리카인으로 인한 다문화 사회에서 우리는 그들 개인, 그들의 가족, 일터(노동), 문화라는 네 가지의 주제를 인식해야 한다. 첫째, 코로나19 이후 아프리카인들의 한국 입국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나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다문화 가정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인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사례가 적다는 것은 흑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주로 기인한다. 한국 사회는 어두운 피부색에 대한 편견과 함께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이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인의 한국 생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둘째, 아프리카인들이 터를 잡은 곳은 미군부대(동두천, 평택) 주변이다. 셋째, 아프리카 이주민들은 자신의 문화를 기억하고 보전하고자 한다. 아프리카인들은 한국에서 1차 산업에 종사하고 생활하면서 고국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며 산다. 이들은 한국인이 즐겨 입는 한복에 자신들의 종족과 동일한 무늬가 든 의상을 착용한다. 넷째, 자녀들의 비자문제에 대한 고민이 서서히 해결되어 거주 안정성이 이뤄지고 있다. 2021년 외국인에 대한 비자법이 바뀌면서 어린 자녀들은 고등학교 학생이 될 때까지 비자를 신청하지 않고 한국에 살 수 있게 되어 심리적인 안정을 갖고 생활하게 된다. 다섯째, 난민 이주자들은 한국 사회에서의 불안정한 체류 자격과 경제 활동의 제약 속에서도 스스로 노동의 기회를 찾거나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공장근로자, 미용실 직원, 식료품 가게 주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업체를 운영하며 고향의 향수를 나눈다. 한국 내 아프리카 노동이주와 난민들은 노동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조건 속에서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들만의 전략을 만들어 생활하고 있다. 아프리카 난민과 이주자들은 사회·문화·경제적으로 제한받는 환경에서 피해자 혹은 대상으로만 머무는 것을 거부한 채 끊임없이 미래에 대한 고민과 선택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프리카를 보는 관점의 변화와 시대적 필요성
 
역사적으로 한국인은 순혈주의 인식을 지니고 있어 타문화 유입을 꺼리거나 거부해 왔다. 지금도 한국인 대부분은 외국인, 이주 노동자, 난민을 바라볼 때 편견과 배타적인 태도를 취한다. 한국 사회의 폐쇄성과 배타성, 노동시장에서의 차별과 불평등, 법률적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의 차별이 있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불법체류 노동자라는 경계를 넘어 이주자 문제를 푸는 근본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우선 난민과 이주민을 위한 경계를 넘어서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정주민과 이주민이라는 벽을 허무는 데서부터 그들을 향한 관점이 달라지게 된다. 우리와 이주민 사이에 경계를 그어놓고 그들을 이방인으로 차별하고 천대하는 정신으로는 선교를 할 수 없다. 우리가 먼저 경계를 넘어 그들의 세계로 갈 때 선교는 시작된다. 언어와 문화, 종교라는 경계를 넘어서 이주민들을 우리 안으로 수용하는 것이 선교의 첫걸음이다. 우리 안에 있는 ‘그들’이라는 경계를 넘어서 ‘우리’로 받아들일 때 선교가 된다. 
이제 한국 교회는 아프리카 이주민과 난민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가져야 한다. 첫째, 아프리카 이주자와 난민을 위한 교회들의 참여와 정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둘째, 그들의 필요와 요구에 부응하는 맞춤식 멤버 케어와 복음전도 사역은 매력적일 수 있다. 셋째, 교회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고국의 음식과 언어, 문화를 경험할 수 있을 때 정서적으로 위안을 가질 수 있다. 넷째, 아프리카인을 ‘그들’이 아닌 ‘우리’로 받아들임으로써 함께 하는 공동체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아프리카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하나님의 시선으로 함께 할 때 선교는 가능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미래 시대는 아프리카임을 재인식하고 경제안보시대의 지정학적 관점에서 아프리카를 바라보아야 한다. 아프리카 지역공동체(RECs; Regional Economic Communities)의 경제적 영향분석과 함께 역내 통합에 대한 잠재력과 경제적 효과에도 관심을 두어야 한다. 아프리카 54개국, 인구 14억 5천만 명을 연결하는 무역조약이 아프리카 역외 수출구조를 변화시키고 기존의 정치, 사회, 경제의 한계를 극복하며 아프리카 대륙의 산업발전을 촉진하는 과정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관세 및 비관세장벽이 낮아질 경우 아프리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다방면으로 무역이 활성화되면 선교에도 혜택이 있을 수 있다.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지대는 아프리카 지역공동체가 가진 가치사슬 구축의 한계를 넘어 산업화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주자와 난민의 수 감소와 선교역량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이제 과거의 눈으로 아프리카 대륙을 바라보지 말고 현재와 미래지향적으로 보아 선교를 견인하는 데 할 수 있는 큰 역할을 할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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