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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난민르포] ⑷ (5)
관리자 2025.04.11 9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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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난민르포] ⑷"총성 멎으면 고향 갈래요"…국경 못 떠나

송고2025-04-11 07:01

송고 2025년04월11일 07시01분

렌크 난민촌 대신 임시 정착촌 거주…'지푸라기 집' 고치기 반복

국경검문소서 만난 난민들, 정부군 하르툼 탈환 소식에 '반색'

수단-남수단 경계 국경검문소 지나는 수단 난민들
수단-남수단 경계 국경검문소 지나는 수단 난민들

(조다[남수단]=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수단 난민들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수단과 남수단 경계 운사우-조다 국경검문소를 지나 남수단으로 향하고 있다. 2025.4.11 raphael@yna.co.kr

(렌크·조다[남수단]=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수단과 남수단 접경 지역 마을 렌크 중심가에서 차로 약 1시간을 달리면 운사우-조다 국경검문소가 나온다.

하루 평균 1천여명, 최대 2천명의 양국 국민이 오가는 곳이다.

기자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의 도움을 받아 이른 아침 조다 검문소를 찾았다.

서너 차례 중간 검문소에서 멈춰 신원 확인 등을 한 뒤에야 국경검문소에 다다를 수 있었다.

최근 수단 정부군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 간 교전이 잇따르는 등 수단 남부 상황이 좋지 않아 남수단행 난민들이 다소 늘었다.

[그래픽] 수단 인접 남수단 렌크 난민경유센터
[그래픽] 수단 인접 남수단 렌크 난민경유센터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남수단은 난민캠프가 없어 난민들이 도심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거주하는 이집트를 제외하면 수단 난민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나라이다. 남수단 동북부 어퍼나일주의 작은 마을인 렌크는 수단과 가까운 국경 지대에 있으며 2023년 4월 수단에서 내전이 발발한 이후 남수단으로 향한 피란민 대부분이 거치는 곳이다. 0eun@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라마단 기간임에도 양국을 오가는 인파가 종일 이어졌다.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은 탓에 WFP 차량 운전기사는 틈틈이 무전기로 현장 상황을 확인했다. 전날 '회색'으로 상향된 유엔안전보안국(UNDSS) 보안 등급과 관련해 취재 가능성도 점검했다.

수단-남수단 경계 조다 국경검문소 모습
수단-남수단 경계 조다 국경검문소 모습

(조다[남수단]=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수단과 남수단 경계 운사우-조다 국경검문소에 양국 국민들이 오가고 있다. 2025.4.11 raphael@yna.co.kr

국경검문소에서 수단 경계까지는 도보로 불과 5분 거리다.

양국 국민이 당나귀 수레와 개인 차량 등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일정 구간에 완충 지대가 있었다.

'노 맨즈 랜드'(No Man's Land)로 불리는 흙길 위 차도는 이동할 수 없게 통제하고 있었다.

WFP 관계자는 "외국인에게는 엄격한 곳이지만 양국 국민들은 자유롭게 오가는 편"이라며 "한때는 오전에 남수단으로 넘어와 장사한 뒤 저녁에 다시 수단으로 돌아가는 이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국경검문소 관계자들은 언론 취재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남수단 깃발이 있는 지역 쪽으로 절대 넘어가서는 안 되며 일정한 거리에서만 사진 촬영을 하라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수단-남수단 국경 지역 렌크 임시 정착촌 모습
수단-남수단 국경 지역 렌크 임시 정착촌 모습

(렌크[남수단]=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수단과 남수단 경계 운사우-조다 국경검문소로 향하는 길에 평화가 오면 다시 수단으로 돌아가려는 난민들이 거주하는 임시 정착촌이 보인다. 2025.4.11 raphael@yna.co.kr

남수단 북부 카쉬왈에서 왔다는 한 수단 가족은 자동차와 농기계도 끌고 왔다.

이들은 평화가 찾아오면 바로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로 유엔난민기구(UNHCR)가 운영하는 난민촌 '트랜싯센터(TC) 2'를 선택하지 않고 임시 정착촌에 머물겠다고 했다.

이 가족처럼 자발적 의사에 따라 난민촌에 머무르기를 거부하는 수단 난민들은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기준 남수단 지역 국경에 거주하는 이들은 3만264명에 달한다.

난민캠프 등 수용 시설이나 정착촌으로 이동하기보다는 렌크나 국경 지역에 머물기를 선호하면서 렌크 난민촌 일대의 과밀 현상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백나일강 근처에 수십 가구씩 모여 사는 이들의 주거 환경은 열악했다.

세찬 비가 내리거나 홍수로 강물이 범람하면 지푸라기와 나뭇가지 등으로 만든 집은 무너지기 일쑤라 집 고치기를 반복해야 한다.

임시 정착촌에서 만난 난민들은 정부군이 전날 수도 하르툼 탈환을 공식 발표했다는 소식을 언급하면서는 들뜬 모습을 보였다. 상황이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면서 '하르툼!'도 외쳤다.

남수단 조다 국경검문소서 절차 안내받는 수단 난민들
남수단 조다 국경검문소서 절차 안내받는 수단 난민들

(조다[남수단]=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수단과 남수단 경계 운사우-조다 국경검문소에 모인 수단 난민들이 WFP와 UNICEF의 사업 내용 설명을 듣고 있다. 2025.4.11 raphael@yna.co.kr

WFP와 유엔아동기금(UNICEF)은 갓 수단 국경을 넘은 난민들을 대상으로 입국 절차를 안내하고 있었다.

콜레라 감염과 예방 접종 여부, 영양 상태 등을 확인한 뒤 난민촌 이동 시 먹을 수 있는 고열량 비스킷을 긴급 식량 지원 차원에서 1인당 3개씩 나눠줬다.

난민촌행 IOM 트럭을 기다리던 남수단 귀환민 아촐 마롱 뱅(40) 씨는 자녀 7명을 하르툼 인근에 두고 혼자서 국경을 넘은 사연을 들려줬다.

당시 시장에서 장을 보던 그는 "지금 가야 한다"는 친구의 다급한 호소에 영문도 모르고 차에 올랐다고 했다.

뱅 씨는 "수단 정부는 남수단 및 에티오피아 사람들을 강제로 추방하고 있다"며 "자녀들을 모두 데려오기 위해 수단과 남수단 정부에 공식 공문을 보내려고 한다. 비정부기구(NGO)들이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수단서 남수단으로 추방당한 귀환민 아촐 마롱 뱅 씨
수단서 남수단으로 추방당한 귀환민 아촐 마롱 뱅 씨

(조다[남수단]=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수단과 남수단 경계 운사우-조다 국경검문소에 도착한 남수단 귀환민이 갑작스러운 추방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2025.4.11 raphael@yna.co.kr

수단으로 돌아가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머뭇거리며 "(수단에) 남고 싶어도 남을 수 없는 게 아닌가"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국경검문소 취재를 마치고 오후 늦게 'TC 2'로 돌아오자 앞서 출발한 IOM 대형 트럭에서 난민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IOM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원조 중단 이후 트럭과 미니버스를 하루 2차례로 축소해 운영 중이다. 아프리카 난민촌에서 그 파장을 실감케 했다.

남수단 렌크 난민촌 도착해 수송용 트럭서 내리는 수단 난민들
남수단 렌크 난민촌 도착해 수송용 트럭서 내리는 수단 난민들

(렌크[남수단]=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달 27일(현지시간) 국제이주기구(IOM)가 운영하는 대형 트럭을 이용해 수단 국경을 넘은 난민들이 렌크 난민촌에 도착해 트럭에서 내리고 있다. 2025.4.11 raphael@yna.co.kr

raphae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4/11 07:01 송고 2025년04월11일 07시01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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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난민르포] ⑸교민 구출한 남궁환 대사 "여전히 극심한 기아"

송고2025-04-11 07:01

송고 2025년04월11일 07시01분

총성 속 수단 탈출해 카이로 임시사무소 근무…"국제사회 관심 줄어 안타까워"

"2년 만에 난민 약 400만명 발생…이집트·남수단·차드 등으로 피란"

2023년 4월 내전 발발시 교민 구출 작전 이끈 남궁환 주수단 한국대사
2023년 4월 내전 발발시 교민 구출 작전 이끈 남궁환 주수단 한국대사

(카이로=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남궁환 주수단 한국대사가 수단 내전 2년(4월15일)을 앞두고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임시사무소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4.11 raphael@yna.co.kr

(카이로=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최악의 인도적 위기인 수단 분쟁으로 수많은 강제 실향민이 발생했고, 이들은 여전히 극심한 기아에 직면해 있어요. 대한민국을 비롯해 각국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남궁환 주수단 한국대사는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임시사무소에서 기자와 만나 수단 내전 2년(4월15일)을 앞둔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남궁 대사는 2023년 내전 발생 시 수도 하르툼 곳곳에서 총성이 울리는 위급한 상황 속에서 교민 전원을 안전하게 구출하는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진두지휘해 주목받았다.

그는 교민 28명과 강아지 1마리와 고양이 2마리까지 더해 모두 무사히 본국으로 돌아온 뒤 외교부 기자실에서 수단 교민 긴급 대피 관련 브리핑을 했던 2년 전을 떠올리며 "오래된 일 같다"고 말했다.

주수단 한국대사관 카이로 임시사무소의 남궁환 대사(왼쪽)와 권현진 참사관
주수단 한국대사관 카이로 임시사무소의 남궁환 대사(왼쪽)와 권현진 참사관

(카이로=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주수단 한국대사관 카이로 임시사무소의 남궁환 대사(왼쪽)와 권현진 참사관(오른쪽)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수단 내전 2년(4월15일)을 앞두고 현지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2025.4.11 raphael@yna.co.kr

그해 1월 부임 후 약 3개월 만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사태로 수단에서 철수한 그는 5월부터 주이집트 한국대사관 내 사무실 공간 일부를 빌려 업무를 이어갔다.

이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카이로무역관 사무실이 있는 건물 3층을 임차해 10월 중순에야 독립했다. 대사 집무실과 회의실 등을 포함해 약 330㎡ 규모다.

특수 상황으로 인해 하르툼 시절보다 대사관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14명이 감원돼 남궁 대사와 권현진 참사관, 한국인 직원 2명 등 총 7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 수단, 한국 지도가 나란히 붙어 있는 벽면에 서서 "인원은 적으나 매일 수단 상황을 살피며 공개할 만한 정보는 홈페이지에 올리는 등 밀도 있게 일한다"며 웃었다.

또 다른 옆 벽면을 장식한 하르툼 지도 2장을 가리키면서는 "힘들었던 기억 때문인지 초기에는 심장이 계속 두근대는 등 공황장애 증상이 있었다"며 "정신적으로 문제없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먼저 반응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수단 내전은 2년이 가까워져 오지만 군벌 간 갈등은 여전하다.

정부군(SAF)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은 초기에 정전에 합의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추진한 제네바 회담은 결렬됐다.

남궁 대사는 "군 통합 등 문제에서 비롯돼 명분이 약하고 관심도 줄어든 전쟁이 돼 안타깝다"며 "이젠 '잊힌 전쟁'에서 '무시된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이어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분쟁 당사자들이 무력 사용을 지속하고 있어 국제사회가 평화적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년 전 분쟁으로 1천130만명의 국내실향민이 발생했고, 국경을 넘어 인근 국가로 피란한 난민은 392만명으로 집계된다.

그는 "SAF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개시된 지난해 12월 이후 매일 500∼600명이 수단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구호 키트 받기 위해 모인 수단 난민들
구호 키트 받기 위해 모인 수단 난민들

[유엔난민기구(UNHCR)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국제이주기구(IOM) 3월 최신 통계를 보면 내전 발발 이후 수단 국민들은 전쟁 위협을 피해 이집트(151만명), 남수단(110만명), 차드(98만명) 등 인접 국가로 피신해 난민이 됐다.

지난 1월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통계에 따르면 수단 국민 3천400만명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는 전체 인구(5천44만명)의 67.4%에 해당한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OCHA(기근 및 홍수 등 긴급 위기 대응·500만 달러), IOM(수단 국내실향민 식수 및 위생 지원·250만 달러), WFP(식량 지원·150만 달러) 등 국제기구를 통해 1천200만 달러(약 176억원)를 지원했다.

남궁 대사는 한국이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수단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거라는 의지도 나타냈다.

그는 "대사나 차석급 등 여러 채널로 열리는 외교단 회의에 참여해 여러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인도적 지원과 중재 노력을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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