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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난민르포] ⑵하루 1천명씩 국경 넘어 쏟아지는 피란 행렬
관리자 2025.04.11 9
국가기간뉴스 통신사 연합뉴스

[수단 난민르포] ⑵하루 1천명씩 국경 넘어 쏟아지는 피란 행렬

송고2025-04-11 07:01

송고 2025년04월11일 07시01분

옷가지·돈가방 싸들고 남수단행 트럭에…열흘간 걷거나 차로 온 일가족도

UNHCR 운영 렌크 '트랜싯센터' 2곳에 1만2천여명 수용…난민촌 과밀화 몸살

대다수는 남수단 내전 때 피신했다가 수단서 돌아온 '귀환민'…트럼프 원조 중단 '타격'

옷가지·가재도구 들고 남수단행 트럭 오른 수단 난민들
옷가지·가재도구 들고 남수단행 트럭 오른 수단 난민들

(렌크[남수단]=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3월 25일(현지시간) 수단과 인접한 남수단 국경 마을 렌크의 난민촌에 도착한 수단 난민들이 국제이주기구(IOM)의 수송용 트럭에서 내리고 있다. 2025.4.11 raphael@yna.co.kr

(렌크[남수단]=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수단과 인접한 남수단 국경 마을 렌크.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유엔난민기구(UNHCR)가 운영하는 난민촌 '트랜싯센터(TC) 2'에 도착했을 때 수백명의 수단 난민들이 몰리는 풍경이 펼쳐졌다.

국제이주기구(IOM)의 수송용 대형 트럭에서 내린 200여명은 UNHCR 등 유엔 산하기구 관계자와 먼저 도착한 난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도보 또는 수레, 차량 등을 이용해 무사히 국경을 넘은 이들을 위로하는 듯 신나는 음악 소리도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약 460km 떨어진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여섯 가족과 함께 걸어서 1주일, 차로 사흘을 이동해 도착했다는 남수단 국적 여성은 감격에 겨운 듯 딸의 손을 잡고 "슈크란"(아랍어로 '감사합니다')을 반복하며 눈물을 흘렸다.

트럭 구석에는 생명의 위협을 피해 수단을 떠나야 했던 이들의 다급한 상황이 느껴졌다.

대형 여행용 가방 등에는 옷가지와 간단한 가재도구만이 담겼다. 수단 파운드를 가방에 가득 채워온 이들도 많았다.

IOM은 매일 수단과 남수단 경계인 운사우-조다 국경검문소에서 트럭과 미니버스를 이용해 1천여명을 60km 떨어진 'TC 2'로 실어 나른다.

[그래픽] 수단 인접 남수단 렌크 난민경유센터
[그래픽] 수단 인접 남수단 렌크 난민경유센터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남수단은 난민캠프가 없어 난민들이 도심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거주하는 이집트를 제외하면 수단 난민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나라이다. 남수단 동북부 어퍼나일주의 작은 마을인 렌크는 수단과 가까운 국경 지대에 있으며 2023년 4월 수단에서 내전이 발발한 이후 남수단으로 향한 피란민 대부분이 거치는 곳이다. 0eun@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대부분은 자국 내전을 피해 인접국인 수단으로 피란 갔다가 수단 상황이 악화하면서 다시 남수단으로 돌아오는 귀환민(returnee)이지만, 수단 난민(refugee)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3년 4월 내전 발발 이후 최근까지 렌크로 입국한 사람은 80만1천662명이다.

UNHCR의 3월 27일 통계에 따르면 렌크 TC 2곳 체류자 1만2천965명 중 귀환민이 1만1천800명(91%)이고, 수단 난민 또는 난민 신청자가 1천165명(9%)이다.

남수단에서는 2013년 살바 키르 대통령이 당시 리크 마차르 부통령을 쿠데타 모의 세력으로 지목하면서 내전이 발생해 2020년까지 약 40만명이 숨지고 수백만 명이 인접국인 수단 등으로 피란했다.

그러나 어렵게 정착한 수단에서도 군부 세력 간 분쟁으로 인해 다시 생존 위기에 몰리면서 어쩔 수 없이 고국으로 돌아온 셈이다.

남수단 국경 지역 난민촌 거주하는 수단 난민 아동들
남수단 국경 지역 난민촌 거주하는 수단 난민 아동들

(렌크[남수단]=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3월 28일(현지시간) 수단과 인접한 남수단 국경 마을 렌크 난민촌인 '트랜싯센터(TC) 2'에서 수단 난민 아동들이 심부름하고 있다. 2025.4.11 raphael@yna.co.kr

UNHCR은 2023년 4월 15일, 정부군(SAF)과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간 갈등에서 시작된 분쟁으로 대규모 인도적 위기가 발생하자 열흘 뒤 축구장 3개 규모(3ha) 부지에 1천618명을 수용할 수 있는 'TC 1'을 만들었다.

수년 동안 쓰이지 않던 어퍼나일대학 캠퍼스 건물과 이 대학 부지를 활용한 것이지만 대학 측에서 부지 반환을 요청하면서 수단 내전 2년인 오는 15일 문을 닫는다.

TC는 귀환민과 난민 신청자 등이 정식 거주지가 정해질 때까지 임시로 머무르는 곳이다. 거주자들은 보통 2주 정도 대기 후 난민캠프나 정착촌 등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난민이 대거 몰려오면서 남수단 내 이동 절차도 지연돼 2년 가까이 이곳에서 머무르는 이들도 많다.

UNHCR은 지난해 1월 'TC 1' 혼잡을 완화하기 위해 근처에 3천183명을 수용할 수 있는 10ha 규모(축구장 14개 정도)의 'TC 2'를 신설해 신규 난민을 받고 있다.

남수단 국경 지역 렌크 난민촌 모습
남수단 국경 지역 렌크 난민촌 모습

(렌크[남수단]=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3월 25일(현지시간) 수단과 인접한 남수단 국경 마을 렌크 난민촌인 '트랜싯센터(TC) 2' 모습. 수단 난민이 대거 국경을 넘어오면서 수용 시설이 부족해지자 공터에 천막 등으로 만든 임시 거주 시설. 2025.4.11 raphael@yna.co.kr

하지만 2곳 모두 과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대 수용인원(4천801명)보다 2.7배 많은 1만2천965명이 거주하고 있어 건물 밖 곳곳에 임시로 텐트를 만들어 생활한다.

이러한 텐트 역시 비좁은데 평균적으로 6∼7명이 다닥다닥 붙어서 잠을 잔다. 매트 등 깔개 없이 모랫바닥에 누워서 잠을 청해야 하는 이들도 많다.

TC에서는 48개의 급수 펌프를 통해 1인당 하루 54L의 물을 공급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화장실은 1개당 평균적으로 32명이 이용해야 할 정도로 사람이 몰린다.

아동과 여성, 노약자 등 취약계층은 비위생적인 거주 환경 속에서 지내면서 콜레라 등 다양한 전염병에 노출된다.

'TC 1'이 곧 문을 닫으면 기존 난민들은 마반·잠장·막판두 캠프와 아웨일 정착촌으로 나눠 이동한다. 귀환민들은 렌크에 머무르거나 제3국으로 이동하는 절차를 밟는다.

UNHCR은 'TC 2' 과밀화 해소를 위해 남수단 정부와 TC 신설을 논의해왔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원조 중단으로 모든 계획이 보류돼 포화 상태는 지속될 전망이다.

국경 넘어 남수단 난민촌 도착한 수단 난민들
국경 넘어 남수단 난민촌 도착한 수단 난민들

(렌크[남수단]=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지난 3월 27일(현지시간) 수단과 인접한 남수단 국경 마을 렌크의 난민촌에 도착한 수단 난민들이 짐을 갖고 '트랜싯센터(TC) 2' 입구로 향하고 있다. 2025.4.11 raphael@yna.co.kr

raphae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4/11 07:01 송고 2025년04월11일 07시01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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