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산업 구조가 농업 중심에서 공업 중심으로 변하면서 일자리와 편의 시설을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오늘날 아프리카 국가들을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에서는 가뭄 등 기후 변화에 따른 주민들의 '이촌향도'로 도시 인프라 문제가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지리환경학부 교통연구소의 정진호 책임연구원은 10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아시아·아프리카센터가 주최한 제22회 서울대 아프리카 세미나에서 '도시로의 기후 이동성: 에티오피아 사례'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이런 분석을 내놨다.

정 책임연구원은 "기후 변화가 가속화될수록 주거, 노동시장, 상·하수도, 보건, 교통 등 글로벌 사우스 도시의 인프라에 막대한 부담이 예상된다"며 "더 많은 인구가 도시로 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주민들은 대부분 제도권 밖에서 비공식 정착지, 비공식 노동시장에 의존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도시의 집계에 잡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기후 이동성 논의는 도시가 핵심"이라며 "도시 인프라와 정책 전반에 걸친 포괄적 대응이 굉장히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사우스는 지구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있는 제3세계 개발도상국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농촌 주민들이 대거 도시로 이주하는 상황은 재정이 열악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커다란 난제다.

옥스퍼드대 교통연구소는 지난해 에티오피아 남부 호숫가 지역인 시드마와 가모존을 방문해 기후 변화에 따른 주민 이주 문제를 연구했다.

현지 연구에 참여한 정 책임연구원은 "에티오피아는 21세기 들어 빈번하고 강력한 가뭄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대단히 큰 지역"이라며 "과거에는 가뭄이 7∼10년 주기로 발생을 했다면 지금은 거의 2~3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에티오피아 인구의 70%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고 농부들은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기보다는 한 두 종류의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기후 변화에 더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2021년부터 3년 연속 발생한 대규모 가뭄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에티오피아 농촌의 많은 주민이 도시로 이동했는데 이들의 삶은 열악하다.

정 책임연구원은 "농촌에서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도시로 이동을 하더라도 그분들의 법적 지위는 전혀 보장되지 않고 비공식적인 노동시장에 속하면서 사회보장 제도도 굉장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시드마 지역에서는 젊은 미혼 여성이 도시의 섬유 공장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가모존 지역에서는 남자 아이들이 아버지를 따라 도시로 수개월 동안 갔다가 교육이 중단되는 사례들이 있었다.

에티오피아 농촌 주민들은 극심한 가뭄에 외국으로 나가기도 한다.

특히 에티오피아 여성들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에서 가정부로 많이 일하고 에티오피아 남성들은 중동에서 우버 기사로 활동하기도 한다고 정 책임연구원이 전했다.

정 책임연구원은 도시로 향하는 이주민들을 위해 기후 정책뿐 아니라 토지, 노동 등 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에티오피아에서는 개인이 토지를 소유할 수 없고 사용권만 갖는데 지방정부 차원에서 장기임대 등에서 조금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며 "도시로 이동하는 사람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도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 책임연구원은 "기후이주 패턴과 도시화는 전 아프리카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기후 이동성과 관련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요인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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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3/11 07:00 송고 2025년03월11일 07시0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