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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24)'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는 다시 겨울
관리자 2025.03.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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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24)'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는 다시 겨울

송고2025-03-10 07:00

송고 2025년03월10일 07시00분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 아프리카 대륙의 최북단에 있는 튀니지는 2011년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을 휩쓴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 발원지다.

10여년이 흐른 현재 튀니지는 다시 겨울을 맞고 있다.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은 정치권 부패와 무능 척결을 명분 삼아 2021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입법부, 사법부 기능을 사실상 정지시킨 뒤 이듬해 개헌으로 자신에게 국가권력을 집중시켰다.

그는 2024년 10월 28.8%라는 낮은 투표율 속에 재선에 성공, 두 번째 임기(5년)를 시작했다.

'아랍의 봄' 물결에 힘입어 2011년 민주화 이후 첫 대통령으로 당선됐던 몬세프 마르주키는 임기를 마치고 나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며 헌법기관의 기능을 정지시킨 사이에드 대통령을 비판해오다 2021년에 징역 4년, 2024년에 다시 징역 8년을 각각선고받았다.

마르주키 전 대통령은 프랑스에 거주 중이고, 이 때문에 재판은 궐석으로 진행돼 실제 수감되지는 않았다. 그 밖에도 2021년 의회 해산 이후 사이에드 대통령에 반기들 들다 투옥된 인사는 20명이 넘는다.

튀니지 '아랍의 봄' 시위
튀니지 '아랍의 봄' 시위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기자는 카이로특파원으로 근무하던 2011년 1월 튀니지의 시민혁명을 취재하러 어렵사리 항공편을 잡아 수도 튀니스에 들어갔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할 때 불에 탄 차량 등 격렬했던 시위 흔적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다 보니 오후 4시면 통행금지 조치가 내려져서 바쁘게 취재를 한 후 호텔로 돌아와 기사를 썼던 기억이 지금껏 생생하다.

튀니지의 국화를 따서 '재스민혁명'이라고도 불렸던 민주화운동은 내륙의 한 소도시에서 노점상을 하던 모하메드 부아지지(당시 26세)의 분신에서 발화했다.

높은 실업률 속에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했던 그는 청과물 노점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무허가 노점 단속을 하던 경찰에게 과일과 수레 등을 빼앗기자 시청 앞에서 휘발유를 몸에 끼얹고 분신했다.

그의 죽음은 23년간 장기 집권하며 철권통치를 휘둘렀던 벤 알리 대통령의 퇴진과 망명으로 이어졌다. 곧 이집트, 리비아, 알제리 등 인접국들의 민주화 시위를 촉발했다.

튀니지를 지도에서 찾아보면 위도상 아프리카 대륙의 맨 위쪽에 있다. 지중해를 끼고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섬과 마주하고 있는 모양새다.

기원전 3세기 포에니전쟁 때 알프스산맥까지 넘어 쳐들어가 세계 최강 로마군을 벌벌 떨게 했던 한니발 장군의 나라 카르타고가 지금의 튀니지에 있었다. 그런 자부심을 가진 튀니지인들이 경험한 재스민혁명의 씨앗은 언젠가 다시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freem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3/10 07:00 송고 2025년03월10일 07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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